까마귀와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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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8 22:16
까마귀와 독수리
따뜻한 햇볕이 내려 쪼이는 풀밭에서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그때 어디에선가 독수리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양들이 모여 있는 풀밭으로 내려와 잽싸게 어린 양 한 마리를 채어 가지고 하늘 높이 날아갔다.
"야, 이 못된 독수리야!"
양치기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고함을 쳤지만 독수리는 이미 멀리 날아가고 없었다.
풀밭 근처 나뭇가지 위에서 그 모습을 본 까마귀는, "야, 정말 멋지구나!" 하고 감탄하였다. 까마귀는 독수리가 무척 부러웠다.
'나도 못할 거야 없지. 어디 그럼 나도 한번 양이나 잡아 볼까?'
생각 끝에 자기도 독수리 흉내를 내어 날쌔게 날아서 양 하나를 잡아오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양들이 노는 풀밭으로 내려가 한 어린양의 털 속 깊이 발톱을 박고 힘차게 끌어올렸다. 그러나 까마귀가 들어올리기에는 아기 양이 너무 무거웠다. 까마귀는 힘을 내어 날려고 했지만 양은 들려지지 않았다.
"으윽!"
까마귀는 더욱 힘껏 어린양의 털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어린양은 들려지지 않았을 뿐더러 양털이 발톱에 감겨서 발톱조차 다시 뺄 수 없게 되었다.
"어, 야단났네!"
까마귀는 울상이 되어 몸부림쳤지만 발톱은 빠질 줄을 몰랐다.
당황한 까마귀가 어린양의 등에서 날개를 퍼덕이고 있을 때 저쪽에서 양들을 돌보고 있던 양치기가 재빨리 달려와 까마귀를 잡았다.
"이런 멍청한 까마귀가 있나!"
양치기는 까마귀를 잡아서 동네 아이들에게 주었다.
"얘들아, 이걸 가지고 놀아라."
"이 새의 이름이 뭐죠?"
아이들이 묻자 양치기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새는 독수리 흉내를 내다 이 꼴이 된 어리석은 까마귀란다."
『이솝우화』에서
◈ 생각해 봅시다
사람들에게도 자기 나름대로 삶의 길이 있다. 이 말은 사람의 능력이나 신분에 차별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사람마다 주체성을 갖고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 맞는 길을 택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