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 헤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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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8 22:18
으뜸 헤엄이
바닷속 한 구석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이루어 살고 있었다. 모두 빨강 고기였는데 한 마리만이 깜장 고기였다. 그 고기는 헤엄이 무척 빨라 맛있는 먹이가 걸린 달리기 시합에서도 늘 1등이었고, 큰 물고기의 공격 때는 누구보다도 먼저 산호 속으로 빨리 숨을 수 있었으니, 이름이 으뜸 헤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사납고 굶주린 다랭이의 공격을 받아, 같이 놀던 빨강 고기들은 모두 잡아먹히고 으뜸 헤엄이만 도망치게 되었다. 그는 깊은 바닷속으로 헤엄쳐 갔다. 두렵고, 말할 수 없이 슬펐다. 그러나, 깊은 바닷속은 워낙 경이로운 것들이 많아서 여기저기 헤엄치는 사이 그는 다시 행복해졌다. 해파리도 보고, 가재, 끈 달린 물고기, 해초, 뱀장어, 종려나무 같은 말미잘도 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바위 뒤에 숨어사는 작은 물고기 떼를 보았다. 잡아먹힌 옛 친구들과 같은 무리였다. 그는 기뻐서 빨강 고기떼에게 같이 나가서 세상 구경을 가자고 하였으나, 그들은 잡아먹힐 것이 두려워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평생을 여기서 웅크리고 있을 수는 없잖아. 으뜸 헤엄이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윽고 그가 소리쳤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우리는 바다에서 가장 큰 물고기 모양을 이루어 모두 함께 헤엄을 치는 거야. 그는 빨강 물고기에게 서로 바짝 붙어 각자 자기 자리를 지키며 헤엄치는 법을 가르쳤다. 이제 그들이 거대한 한 마리 물고기 모양을 이루어 헤엄칠 수 있게 되자 으뜸 헤엄이는 말했다. 내가 눈 역할을 할게, 이리하여 그들은 시원한 아침 물 속에서, 또한 낮의 햇살 아래서 헤엄을 치며 큰 다랭이 등을 쫓을 수 있었다.
◈ 생각해 봅시다
작은 물고기떼가 모여서 이루어낸 지혜와 힘을, 학기초에 서로 낯선 친구들끼리 모였는데 각자 잘났다고 멸시하고 경쟁하고 불신하여 뿔뿔이 흩어진다면 절대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사는 기쁨도 없다. 서로 모여 개성을 인정하고, 제 위치를 찾게 하고 격려하며 어우러질 때, 큰 고기 모양을 한 작은 물고기떼와 같이 자유와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