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지리여행
Click on the Photo -> VR Tour
(VR기기 or VR카드보드지를 사용하면 좋아요)
만어산 암괴류(block stream)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만어산 암괴류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
직접 가보지 못한 것이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양, 암괴류가 나를 괴롭혔다.
토요일 아침(2015. 8. 29) 가볍게 어딘가 바람쐬러 가야지 하고 나온 것이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에 있는 만어사, 고속도로로 달려서 4시간, 자동차 운전 왕복 8시간,
상당히 피곤하고 힘든 곳인데 어찌된 일인지 훌쩍 갔다 왔다.
학창시절 답사에서 테일러스(애추)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
다른 말로 암괴류(block stream), 너덜겅, 너덜지대, 돌강이라 한다.
하지만 애추와 암괴류는 만들어지는 과정이 다르고 돌의 형태도 다르다.
돌무더기가 산사태가 난 것처럼 너부러져있는 외형은 비슷하다.
* 아래 글의 대부분의 내용은 '전영권' 연구 논문과 '한국 지형산책'을 참고하여 요약한 것이다.
만어산의 너덜겅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식생의 분포, 둥글둥글한 암석 모서리와 거무튀튀한 색은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만어산(670)의 고도 350m~500m 산사면을 따라 나타난다.
길이 450m, 폭 40~110m, 두께 0.3~6m이며, 경사는 10~15도 내외이며,
암괴의 암석은 세립질 화강섬록암, 반려암으로 화강암류이다.
화강암이 어떤 과정을 거쳐 암괴류(block stream)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지각이나 맨틀 위에 있던 마그마가 올라오면서 식으면 화강암이 된다.
화강암이 점점 더 지표 가까이로 올라오면 위에서 누르는 큰 압력이 줄어들어 팽창한다. 이 과정에서 화강암 표면에 수직 또는 수평으로 균열된 틈이 많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절리’(joint)다. 여기에 수분이 스며들면 암석이 부서진다.
이 과정을 심층풍화 또는 지중풍화라고 한다. 땅 속에서 진행되는 풍화작용이라는 뜻이다.
신생대 제3기 말부터인 300~400만전, 고온 다습한 간빙기에 이 지역의 기반암을 이루고 있는 화강암이 심층풍화작용을 활발히 받은 결과 새프롤라이트와 다량의 핵석을 만들었다.
풍화가 시작되면 암석의 모서리가 점점 깎여 나중에는 둥근 돌이 된다.
이것을 ‘돌알’(핵석, core stone)이라고 한다. 또한 거의 부스러진 상태의 작은 모래
또는 진흙 덩어리도 형성되는데, 이는 ‘푸석바위’(석비레, saprolite)라고 부른다
(그림 1).
사진 가운데 두사람과 비교하면 암석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돌알과 푸석바위가 어떻게 강물이 흐르는 것과 같은 장관을 연출하게 됐을까?
지구는 지금으로부터 수백만년~1만년 전은 빙하기,
특히 마지막 빙하기였던 8만년~1만년 전의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보통의 빙하기후보다는 기온이 조금 높아 0℃를 오르내렸다.
이런 기후를 ‘주(周)빙하기후’라고 한다.
현재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미국의 알래스카 등지에서 나타나는 툰드라 지역이 주빙하기후에 해당된다.
기온이 영하에서 영상으로 올라가면 얼어 있던 지층 중 지표에 가까운 부분은 녹아서 마치 밀가루 반죽처럼 변한다. 이런 상태의 지층을 ‘활동층’이라고 한다.
활동층 아래에는 연중 녹지 않고 얼어 있는 지층(영구동토층)이나 풍화를 받지 않은 신선한 상태의 바위층(기반암층), 물이 통과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치밀한 층(불투수층)이 있다. 이런 단단하고 치밀한 지층에는 수분이 잘 스며들지 않는다.
따라서 수분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에 활동층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푸석바위와 돌알로 구성된 활동층은 약간의 경사만 있어도 중력의 영향을 받아 아래쪽으로 이동한다. 이런 현상을 ‘솔리플럭션’(solifluction)이라고 한다.
산지 곳곳에서 형성된 활동층은 계곡 쪽으로 연간 수~수십cm 정도로 서서히 이동한다. 그러다가 빙하기가 끝나면 더이상 움직이지 않고 멈추게 된다. 그후 비가 와서 이런 지형들 사이로 물이 흐르게 되면 모래나 진흙과 같은 작은 물질들은 씻겨 내려간다. 따라서 무겁고 큰 돌만 남아 마치 강물처럼 흘러 내려가는 모습이 된 것이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곳 만어사의 너덜바위의 형성시기는 대략 3만년 전쯤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돌강은 마지막 빙하기 동안의 주빙하기후 환경에서 만들어졌다.
돌강의 돌은 고온다습한 땅 속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주로 둥근 형태다.
즉 어떤 기후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돌의 모양이 달라진다.
돌강은 마지막 빙하기 동안 한반도가 주빙하기후 환경에 있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지형이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만어산 전설
만어산 돌강에는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절 앞에 옥지(玉池)에 사나운 용 한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부처님의 제자가 되길 원했으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자 백성들을 괴롭혔다. 백성들은 이 사실을 가야국 수로왕에게 고하고 용을 퇴치해 달라고 간청했고, 왕이 부처님께 청하자 부처님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 소식이 용궁까지 전해져 용왕의 아들이 수만마리 물고기를 데리고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바다가 육지로 변하면서 물고기들이 모두 바위로 변해버렸다. 그후 고려 때 이곳에 절을 지었는데, 그 이름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고기가 있는 절’이라는 뜻의 만어사(萬魚寺)라고 지었다고 한다.
두드리면 소리나는 종석
최대 폭 약 1백20m, 길이 약 1km에 달하는 만어사 돌강의 거대한 바위들 중 어떤 것은 두드리면 목탁소리나 종소리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부처님의 영험 때문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화강암 속에 들어 있는 광물 성분의 구성비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소리라고 판단된다.
참고문헌
<전영권,1995, 만어산의 block streams에 관한 연구, 한국지형학회지, 제2권 1호, p.43-56>
<이우평, 2007,지리교사 이우평의 한국지형산책1, 푸른숲>
* 돌도 아주 오랫동안 지표상에 노출되면 푸석푸석해진다. 이것을 풍화라고 한다. 일교차나 연교차가 큰 기후에서 잘 일어난다. (기온의 변동에 따른 암석의 수축과 팽창, 서릿발 작용, 식물뿌리의 성장 등) 새프롤라이트는 풍화토라고 하는데 돌이 풍화되면 겉으로는 바위처럼 보이나 속은 푸석푸석한 흙이다.
* 탑바위(토르, tor)
새프롤라이트(푸석바위)가 제거되고 나면 핵석(돌알)들이 풍화되지 않은 기반암이나 다른 돌알 위에 그대로 탑처럼 쌓인다. 이를 ‘탑바위’(토르, tor)라고 부른다. 토르라는 말은 탑이라는 뜻으로 원래 영국 남서부 콘월 지방의 토속어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강산, 설악산, 북한산, 매화산, 속리산, 팔공산 등지의 탑바위가 잘 알려져 있다. 설악산의 흔들바위도 거대한 바위 위에 돌알인 흔들바위가 놓여 있으므로 일종의 토르(탑바위)다.
* 돌강엔 둥근 돌, 너덜지대엔 각진 돌(암괴류와 애추)
돌강과 더불어 주빙하기후 환경에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지형이 한가지 더 있다. ‘애추’가 바로 그것. 애추는 일본식 한자어이므로 우리 조상들이 불렀던 ‘너덜지대’ 또는 ‘너덜겅’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한다. 너덜지대는 우리나라 산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지형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너덜지대는 경남 밀양 천황산에 있다. 이곳은 한여름에도 고드름이 맺히는 얼음골로 유명하다. 얼음골은 이런 너덜지대에서만 발달하고 있어 흥미롭다. 충북 제원군 금수산의 얼음골, 경북 청송의 얼음골 등지도 모두 너덜지대다.
돌강과 너덜지대는 외형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돌이 이동한 방식에 차이가 있다. 지표에 노출된 거대한 절벽 모양의 바위에 절리가 형성되면 그 사이로 수분이 스며든다. 이 수분이 얼어 절리 사이가 점점 벌어지면 절리를 경계로 각진 바위들이 많이 만들어진다. 이 바위들이 아래로 굴러 떨어져 쌓인 것이 너덜지대다. 너덜지대가 만들어진 이런 과정을 ‘암석낙하’(rock fall)라고 하며, 돌강을 만들어낸 솔리플럭션 방식과는 다르다.
너덜지대의 돌은 돌강에 비해 비교적 작다. 돌강을 이루고 있는 돌은 길이가 보통 1m 이상이며 10여m가 넘는 것도 있다. 그러나 너덜지대의 돌은 크기가 주로 1m 이하인 것이 대부분이다. 너덜지대의 경우 지면에 노출돼 있던 돌에 한랭건조한 상태에서 수분이 스며들어가 언 다음 부서졌기 때문에 각져 있다. 즉 어떤 기후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돌의 모양이 달라진 것이다. 또한 돌강은 경사가 15° 내외로 완만한 반면, 너덜지대는 약 30° 정도로 급한 경사를 보인다. 돌강은 마지막 빙하기 동안 한반도가 주빙하기후 환경에 있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지형이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전하는 이 설화는 『고기(古記)』에 전하고 있는 것을 일연(一然)이 옮겨 실은 것이다. 일연은 이를 믿을 만한 것이라 하면서, 『관불삼매경(觀佛三昧海經)』(실제 문헌은 『불설관불삼매해경(佛說觀佛三昧海經)』) 제7권의 기록을 인용하고 있다. 이는 『고기』의 기록보다 더 상세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경전 속에 등장하는 나건가라국(那乾訶羅國)의 독룡과 나찰의 사귐을 왕이 석가모니를 청해 진압했다는 사건이 후에 ‘가락국’의 김수로왕의 이야기로 변이된 것이다. 불교 경전의 내용을 바탕으로 형성된 만어사 창건설화는 ‘너덜지대’로 알려진 만어사 주변의 수많은 돌들을 증거물로 삼아 지속적으로 전승되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보면, ‘만어산 경석(萬魚山磬石)’이라 하여 동해의 물고기와 용이 돌로 변했다고 세상에 전한다고 했고, 세종 때에 이를 채굴하여 악기를 만들었지만 음률이 맞지 않아서 폐지하였다고도 했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전하는 설화를 보면, 경전의 불교적 색채가 많이 탈색되어 나타난다. 가락국 수로왕의 꿈속에서 동해 용왕이 도사의 법문을 듣고 좋아서, 아들과 일만 마리의 물고기들을 함께 보내 법문을 배워 오게 한다. 그들은 만어사가 있는 자성산에 왔다가 해일로 돌아가지 못한다. 용왕의 아들은 미륵돌이 되고, 물고기 일만 마리는 모두 너덜겅이 된다. 이 꿈을 꾸고 난 수로왕이 그곳을 찾게 되어 만어사를 짓는다.
만어산, 만어사, 암괴류, 애추, 테일러스, 너덜겅, 너덜지댜, 돌강, 심층풍화작용, 푸석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