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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무등산은 광주와 담양군과 화순군의 경계에 있는 해발고도 1187m의 높이로 산세가 웅장하지만 편안하게 느껴지는 산이다. 무등산을 세 번 올랐는데 모두 겨울철 등반이었다. 잔가지 많은 회색의 나무와 누렇게 변해 누워있는 억새의 틈으로 무등산의 대표적인 지형경관인 입석대, 서석대, 광석대로 불리는 주상절리 지형과 덕산너덜, 지공너덜의 암설 지형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것은 겨울 등반의 묘미이다.
무등산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봉에서 장불재와 서석대를 바라보거나 서석재에서 내려다보는 중봉방향과 장불재 방향은 풍만하고 평탄한 능선이다. 원효사 계곡 등산길을 올라보면 급격하지 않고 오래도록 천천히 오를 수 있는 산행 길이다. 꼬막재에서 광석대, 장불재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너덜의 암석길도 있지만 푹신한 흙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억새평전도 있다. 서석대와 입석대사이는 단애와 완경사지를 반복하기 때문에 내려오긴 좋은데 오를 때 방심하면 여러번 쉼을 반복하며 힘겹게 오를 수 있다. 전체적으로 격하지 않고 여유롭게 등반할 수 있어서 듬직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는 것 같다.
기둥 모양의 쪼개진 돌, 주상절리
조선 의병장 고경명은 1574年(선조 7) 4月에 서석산(무등산)을 유람한 후 쓴 『 유서석록(遊瑞石錄)』에 입석대 주상절리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쫑긋쫑긋 괴석이 죽 늘어서 마치 진을 친 병사의 깃발이나 창검과도 같고, 봄에 죽순이 다투어 머리를 내미는 듯도 하며, 멀리 바라보면 벼슬 높은 분이 관을 쓰고 긴 홀을 들고 공손히 읍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가까이 보면 겹겹이 막힌 요새와 철옹성에 무장한 병사 일만 명을 나열한 듯 하였다.......아! 누가 이를 만들었으며 누가 이를 다듬었던가?
우리나라에서 주상절리가 발달한 곳은 제주도, 울릉도, 포항 달전리, 한탄강 주변의 전곡․철원․평강의 용암대지, 경주 읍천해안, 울산 정자해수욕장 등이다. 이들은 신생대 3기 말 또는 4기에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이 냉각 수축된 후, 해안 또는 하천에 의해 침식되어 드러난 주상절리다.
산꼭대기에 발달한 무등산 주상절리
현무암질 용암은 유동성 크기 때문에 멀리 이동할 수 있는데, 물을 만나게 되면 급격한 냉각이 이루어져 이상적인 육각형의 주상 절리로 탄생하게 된다. 그래서 해안이나 하천 부근에서 현무암 주상절리를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무등산 주상절리대 암석은 현무암이 아니다.
무등산 주상절리대를 구성하는 암석은 무등산데사이트, 석영안산암질응회암, 석영안산암 등으로 해석되어 암석명에 대한 혼란이 있어왔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라 현재는 무등산응회암으로 명명되어 사용되고 있다.
*무등산응회암 내 암편의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결정의 파쇄정도가 낮으며, 용결구조가 잘 인지되지 않기 때문에 용암류로 기재해왔으나, 현미경하에서 용결구조(welded texture)를 보이고, 야외에서 피아메(fiamme)와 용결엽리면이 관찰되는 화산쇄설암으로, 강력한 폭발로 인한 암편들이 자주 관찰되어 지역명을 사용하여 암석명을 명명하였다고 한다.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인 약8700~8500만 년 전에 분출된 화산재가 굳어 형성된 응회암의 냉각 수축에 의해 발달했다고 한다. 최소 3번 이상 분출된 화산재에 의해 형성된 용결응회암이며, 생성 시기를 정상부(천왕봉·지왕봉), 중고도부(입석대·서석대·광석대), 저고도부(신선대) 등으로 해발고도에 따라 서로 다른 시기에 형성된 주상절리대라 설명하고 있다.
주상절리, 왜 산꼭대기에 있는걸까?
무등산응회암이 주로 분포하는 지역에는 규모가 크고 작은 다양한 주상절리가 서로 다른 높이를 가지고 분포하고 있다. 입석대와 서석대의 주상절리는 5~6각의 기둥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최대높이가 입석대는 20m, 서석대는 25m 정도다. 특히 이들은 해발고도 1,000~1,100m의 고산지대에 분포하고 있으며 주상절리의 최대 직경은 2~3m에 이른다. 광석대의 경우 절리면의 너비가 최대 9m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주상절리가 지표에 노출된 최소 시기는 약 11만 5천년(입석대) 전이며, 약 5만 년 전에는 주상절리가 무너져 다수의 암괴류가 형성되었다.
너덜지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너덜지대의 거력은 지난 빙하기 때 동결․융해의 반복에 의한 기계적 풍화로 인해 공급되었다.
빙하기에 주상절리를 따라 동결과 융해가 반복되면서 기둥모양의 암괴들이 떨어져 나와 토양 속에 묻히어 함께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서서히 이동했다. 이에 따라 암괴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주상절리대는 점차 후퇴했고 현재의 위치에 남아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입석대의 주상절리대 앞에는 절리대에서 떨어져 나온 암괴들이 토양 속에 묻혀 있는 완만한 경사지를 만들었고, 서석대 앞에는 암괴들의 집합체인 너덜로 나타나기도 한다.
현재 기후환경에서는 암괴의 슬라이딩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주빙하 기후환경 아래에서 형성된 화석지형이다. 연대측정 결과 마지막 빙하기에 해당하는 약 7만5,000~1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평탄한 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입석대에서 장불재에 이르는 완만한 사면이 평활사면(Cryoplanation slope)이다. 크리오플라네이션(Cryoplanation)이란 주빙하 환경에서 생성되는 사면평탄화 과정을 말하며, 주빙하 기후환경 조건 아래 산지에서 흔히 발달한다. 주빙하 평활사면의 최상부에는 기반암이 노출되어 수직단애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며 기반암에서 떨어진 암괴가 아래에 집적되어 있다. 이 암괴의 경사는 대체로 1~5도 경사를 가지고, 최대 15도를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입석대의 상부와 좌우측에 위에서 살펴본 주빙하성 평활사면이 여러 곳에 발달되어 있는데, 주로 남서쪽을 향하고 있으며, 이는 암괴의 수직·수평절리가 주빙하 기후환경아래에서 동결융해의 반복에 의해 전도된 것으로 판단된다. 평탄면 매트릭스의 이동영력은 솔리플럭션 또는 젤리플럭션이다.
*주빙하기후: 일반적으로 빙하기후 주변에 나타나는 기후, 오늘날 주빙하기후가 나타나는 지역으로는 저중위도 고산지대, 고위도 유라시아, 아메리카 각 대륙의 북극해 주변지역, 그린란드 해안지역 등 툰드라 기후 지역이 해당된다.
*솔리플럭션: 완만한 사면의 표층부에서 일어나는 완만한 속도의 매스무브먼트(중력작용에 의해 물질이 사면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
*젤리플럭션: 주빙하지역에서 동결과 융해의 반복에 의해 융해시 활동층이 영구동토층 위 사면에서 이동하는 것
장불재 일대의 사면의 연대측정결과 입석대 상부는11만 년 전부터 지표에 노출된 상태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입석대하부의 암괴는 약 1만년 전에, 장불재는 약 5만년에 지표면 부근에 노출되었으며, 노출이후 단애에서 떨어지고 현재위치에 사면 이동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암괴의 이동과정은 주빙하 기후의 영향으로 단애가 동결융해를 지속적으로 받아 평행후퇴하였고, 과거1만 년 가까운 시기에 현재 입석대에까지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무등산 국립공원 안내판의 지질연대 표기가 제각각이다. 7천만 년 전, 8천5백만 년 전, 9천만 년 전 다양하다. 천만년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천연기념물 465호이다. 무등산 규봉 주상절리와 지공너널은 2018년 4월 12일 인증된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일부이며, 2018년 12월 20일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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